늘 그렇듯

"왜 항상 돈이 없지?"…돈맹 탈출 6계명

노종현 2010. 12. 1. 12:59

학창시절 낙제생이나 재테크 하수들에게는 공통된 아픔이 있다.

"오늘 시험, 모르는 것만 나왔어요!" "돈은 늘 나를 피해가요."

그 하소연처럼 정말 이들은 단지 '운'이 지지리도 없었던 것일까?

김대중 교보증권 상무는 "공부를 하나도 안 한 아이가 모르는 것만 나왔다고 하는 것이나 돈(경제)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피해간다고 하는 것이나 똑같은 이치"라며 "아는 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설혹 당신이 그러한 '돈맹'(돈+盲,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너무 낙심하지는 마라. 김대중 상무는 "선천적으로 색깔을 정상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과 달리, 후천적인 돈맹은 교육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극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모든 질병의 치료는 정확한 원인 진단과 이에 따른 처방이 필수인 법. 재테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돈맹도 눈을 뜨게 하는 재테크 해법을 점검해본다.

◆ 돈맹의 어떤 유형?

* 카드 청구서를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예상보다 금액이 많아서).
* 웃으며 시작한 부부 대화의 끝은 돈 때문에 싸움으로 치닫는다.
* 큰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대책은 딱 2가지다. 빌리거나 포기하거나.

위 예시들을 보며 '딱 내 얘기'라고 맞장구치고 있다면 돈맹에 관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특별히 소득이 적지도 않은데, 흥청망청 쓰지도 않는 것 같은데 늘 돈이 없어 쩔쩔매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돈이 없어서 저축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돈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현재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돈에 대한 태도 자체가 돈을 모이게도 하고 떠나게도 한다는 것이다.

돈맹의 유형별 문제점과 대책을 살펴보자. 조영경 FM 파트너스 대표가 '게으른 돈맹' '부지런한 돈맹' '개미형 돈맹' '베짱이형 돈맹' '불나방형 돈맹' 등 5가지 돈맹의 유형별 대책을 제안했다.

◆ 게으른 돈맹 vs. 부지런한 돈맹?

양호한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바빠서' 혹은 '잘 몰라서'라는 핑계로 돈 관리에 상당히 소극적이라면 '게으른 돈맹'이라 할 수 있다. 주로 맞벌이 부부에게서 나타난다. 돈에 대한 부족함을 크게 못 느끼기 때문에 돈 관리를 귀찮아하거나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됐다.

조영경 FM 파트너스 대표는 "게으른 돈맹에게 절실한 것은 '돈 관리를 해야 하는구나' 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라고 꼽았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테크 세미나에 참석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참여자들의 열정을 느끼고 자신도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위한 것. 단 판단력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세미나에서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섣불리 투자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돈 관리에 관심이 많지만 적용 능력이 떨어진다면 '부지런한 돈맹' 유형. 의욕이 넘쳐 열심히 투자하긴 했는데 결과가 없거나 잔뜩 벌여놓고 수습이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먼저 라이프 사이클을 분석해서 가장 집중해서 준비해야 할 것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목표달성에 적합한 수단을 찾는 게 필요하다. "저녁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러가라."

조영경 대표는 "마트에서 맛있다고 선전하는 것들을 다 산다고 한들 먹고 싶은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정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구입하라"고 조언했다.

'개미형과 베짱이형 돈맹'은 주로 남편이나 아내 한쪽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외벌이의 경우 남편은 열심히 일만하고 아내가 돈 관리를 맡아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업이 이뤄지다 보니 남편은 더욱 돈 관리와는 거리가 멀어져 돈맹인 경우가 많다.

개미형 돈맹의 배우자가 돈 관리를 잘한다면 가정은 화목하고 자산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남편 몰래 계를 하다 계주가 도망간 사례, 평수 넓히려고 무리하게 대출 받았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사례, 펀드열풍이 불던 시절 막차타고 중국증시 상투 잡은 사례 등. 문제가 터지고 나면 수습이 어렵다. 개미형 돈맹 배우자는 평소 가정의 재무관리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베짱이형은 재정상황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하는 철부지 남편 혹은 아내의 경우다. 스스로 각성이 필요하다.

불나방형 돈맹 유형도 있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한 방 터뜨리려다 쪽박 찬 경우다. 조영경 대표는 "언제 또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에 불나방형에게는 가급적 돈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차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 돈맹 탈출 6계명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구체적인 돈맹 탈출 전략을 짜보자. 모든 돈맹들이 실행해볼 수 있는 돈맹 탈출 법칙을 모았다.

1. 라이프 사이클을 그려봐라
소득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저축 가능한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자녀에게 돈은 언제 많이 들어가는지 등 라이프 사이클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사이클 표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보면 정신이 번쩍 들 수 있다.

2. 지출예산을 세워라
월 지출계획을 세워라. 고정적인 지출(주택관련 관리비, 교육비, 교통비, 통신비 등)과 변동적인 지출(외식비, 문화생활비 등)로 구분해서 세워라. 지출이 수입을 초과한다면 당연히 소비를 줄여야 한다. 우선 변동지출부터 줄인다.

3. 현금흐름을 기록하라
지출이 발생할 때마다 바로 기록을 하는 것이 좋다. 다이어리를 이용하든 핸드폰을 이용하든 곧바로 기록을 하는 것이 좋다.

4. 주 1회 결산하라
기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출관리다.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출이 되고 있는지 1주일 단위로 잘라서 결산을 하는 것이 좋다.

5. 저축은 자동이체를 걸어라
저축 가능한 금액을 정했으면 자동이체를 하는 것이 좋다. 비정기적인 상여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저축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자.

6. 경제신문과 경제잡지를 가까이하라
경제신문(잡지)을 1면부터 마지막까지 읽어보라. 무지에서 비롯된 돈맹일 경우 주식이나 부동산, 신종 금융상품 등 각종 정보가 담긴 경제신문(잡지)을 1년 동안 꾸준히 보면 돈맹 탈출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