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끔은

되돌려 생각해보면...

노종현 2010. 3. 9. 13:15

아마.... 지금처럼 내가 힘들게 된것은... 직장을 옮기다가 그랬을거다.

끝도없이 이어지는 야근과 철야.. 한달에 서너번 퇴근할만큼 바쁜 시간들

사회초년생이어서 월급도 적었지만 돈쓸시간이 없다보니 금새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전세도 아닌 월세였지만 상당히 공간이 넓어 혼자 쓰기엔 아까웠고

무엇보다 들어가서 쉬고있을 시간이 없다보니 아무나 들어와서 대신좀 살았으면

할만큼 다달이 내는 월세가 아까웠을때였다.

돈도 잘 모이고있고... 일하는 내모습에 대한 자신감이나 열정도 한참이었기에

피곤한 몸으로도 웃으면서 나를 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힘든 프로젝트를 하나씩 해결하고 뻗어서 시체처럼 자고 일어나면

왠지 레벨업한 기분이 들어.. 그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친구하나 만날 시간도 없어서 매일같이 외롭기도 했지만 어쩌다 한번씩 만날때면

잘난척 떠들수 있는 자부심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고생을 하다보니 금새 성장해버린 나를 보고 너무 자신한 나머지

회사를 옮기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철야만 하다보면 내 삶이 너무 없어져 버릴거같았기

때문이었다.

참.... 그때부터 였을거다. 친구에게 몹쓸경험을 하게 하고 이리저리 일이 꼬이기

시작한건..

옮겨간 회사에서 돈도 여유가 있었고 대출금이야 뭐 순탄히 갚아가고 있었으니까.

실력좀 있지만 집이 시골이라. 취직을 못하고있던 대학 동기들도 불러다가

우리집에 살게 하면서 취직도 시켜주고 자립해서 떠나가게 하고

그러려고 이래저래 가구도 사고 생활비 없는 이녀석들을 위해 집에서 사는거만큼은

걱정하지 않게 하려고 웃으면서 잘 해주었던거 같다.

이직한 곳에서 역시 초반엔 순탄히 잘 이어져 가고있었고.. 내 미래 설계에도 지장없이

잘 흘러간다고 생각하고있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월급이 늦고.. 밀리다가 빠지고 몇달이나 그러더니

결국은 사장은 사라졌고.. 하다만 일은... 해결을 해야 겠기에 회사핑계대고

포기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사채를 써서 일을 마무리 짓고

같이 일하는 녀석이 월급을 못받아 생활비가 없을거같아. 사채 받은 돈으로

한달치 월급정도 되는 돈을 빌려주고. 지분으로 나눠갖기로 하고 월급을 안받았던

실장님께선.. 갑자기 공중으로 붕떠서 생활이 힘들어져 나름 의리라 생각하여

나역시 힘든 처지에 또 돈을 빌려주게 됬고..

언제 받을지 모르는 빌려준돈에 대한 미련을 가질수는 없어 열심히 벌어 갚고는

있지만.. 한없이 나약한 마음에 내 옆사람들을 버릴 수 없어

내가 가진 역량도 파악하지 못한채 모든걸 퍼주고 망가진 시점에서...

사실 월세 보증금이라도 빼서 대출금을 갚고 고시원같은곳을 찾았어야 했다.

그렇지만... 내쫓았던 동생 다시 불러들여다 살고있는데 다시 길거리로 내몰수도

없어.. 갚아도 갚아도 불어나는 이자에 감당이 안되 얼굴엔 인상만

늘고있고...

하아... 내가 디자인을 하려고 한건 내 목표를 관철 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렇게.. 포기 하게 되서 나 스스로도 안타깝다.

모두에게 고마운 녀석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가끔 만나면 웃으면서.. 알고지내면 좋은녀석이길 바랄 뿐인데..

그래서 무엇하나.. 누구하나 버릴 수 없는데..

그게 스스로의 목을 조여와서... 이제는.. 누군가 찾아와도 반갑지가 않다.

나를.. 보러 찾아왔는데... 고마운데... 뭐라도 해줘야겠는데...

계산적이게된 내모습. 점점 쪼잔하고 치졸해져가는 내모습..

겨우 얼마 안되는 돈때문에... 그게 더 싫었을거다...

그래서 더.. 많이 웃고.. 아끼지 않고 돈도 써댄거같다.

그래도 신기하게 삶은 이어져 가고있고... 계속 숨도쉬고있고..

여전히 하고싶은것들은 그대로다...

1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고생했는데 그 결과가 허비해버린거라니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도 이상하겠지만

조금은.... 달라져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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