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끔은

요즘은...

노종현 2011. 5. 18. 16:14
술대신 쥬스를 마시고 게임대신 라디오를 듣고 놀고있는 손에는 연필을 잡았다.
오랜만에 잡은 연필은 제멋대로 놀아서 이게 그림인지 뭔지도 알수가 없을정도로 엉망이었고
쉬운거부터 다시 그려보려고 만화를 그린다.
퇴근후엔 자주가던 바 대신 집근처 커피숍에서 당근쥬스를 하나 시켜먹고 책을 읽는다.
라디오는 정규방송이 아닌 2시탈출 컬투쇼의 녹음본
누군가 p2p사이트에 올려놓은걸 다운받은것아다. 10기가가 넘어가는 라디오 녹음본
세상 사는 사람들 아픈이야기도 슬픈이야기도 또 재미나고 신기한 이야기도 모두 개그로 승화시켜버리는
라디오 자키들의 능력에 감사하며 낄낄거리다 잠든다.
새벽 3시 37분... 한참 깊은잠에 빠져있던 내게 전화벨 소리는 현실인지 꿈속인지 구별도 안되지만
여튼 받았다... 얼마전 친구하기로 했던 녀석..
"나쁜놈아. 뭐하고 지내냐?."
"아.. 뭐 그냥 맨날 집에만 있어"
"왜그러고 있어?"
"뭐 그때 이후로 너도 그렇고 다.. 뭐..그냥 그렇게 된거 아니었어?"
"나와라 술이나 한잔 하자"
"나 내일 출근해야되"
"뭐 맨날 출근한대"
"회사라는게.. 사표던진다고 바로 관둬지는게 아니라서.. 특히나 우리 회사는;;"
"난 그래도 니 중심을 믿는다. 연락좀해."
"알았어"
그 일이 없었다면 아직 모두와 사이가 좋았을때라면 회사따위 어떠랴 싶은 마음으로 나갔을지도 모른다.
술마시고 출근하는것도 한두번 있던 일도 아니었으니까.
중심을 믿는다라... 취해서 그랬겠지만 그때 그친구는 입간판을 들어 날 때리려고 했다. 진짜로 그런건지 위협인지는
취했으니까 잘 모르겠다.. 혹시 그날 싸웠다면... 아마 성인이 되고 처음이 됬을거였다.
다들... 저런 쓰레기 같은놈이랑 싸울 가치도 없다며 말리고. 나를 말리던 사람은
"소문이 어떻게 됬든 넌 이미 개새끼가 됬잖아. 나는 내용을 모르니까 내가 들어보고 중재 해볼께 안되면 나중에 둘이 한잔 하자"
라며 다독여 날 보내버렸다. 참... 말한마디도 똑바로 못하고 그냥 그렇게 나올것을 왜 따지러 간건지 ...
정말 쓸모없는 녀석... 쓰레기가 맞나보다.
그 일이 있은후로 벌써 2주가 되어간다. 혹시나 마주치게 될까봐 나는 집에 오는길도
뒤로 돌아서 다니고 버스한번 타러 가기도 조심스럽다.
아무튼 안죽고 살아있으니 이미 지나버린 일보다. 당면한 현실의 문제가 더 급하지 않은가.
신입 디자이너를 뽑는다고 광고낸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지원자가 하나도 없는게
마치 우리 회사 사장을 다들 아는것만 같다.

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렇게 지원자가 없을수가 있나 싶은 마음도 들어 괜히 끄응하고 신음하게 된다.
물론 그거랑 상관없다는거... 지원자들도 우리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수도 없다는것 쯤은 알지만
그냥 기분이 그렇다. 빨리빨리 뽑아서 인수인계해주고 난 나가고 싶으니까.
하루라도 좀 홀가분하게 쉬고싶으니까.

아마 옮겨진 직장에 가게되면 앞으로 줄철야 줄야근으로 친구만들기도 쉽지 않을탠데..
알던사람들도 모두 떠날탠데.. 지금부터 미리하는 연습이라 생각해야 하나..  지금은 그냥 혼자인게 좋다.
뭔가... 왜이렇게 아쉬움이 남는건지 모르겠다.
사실 혼자였던시간들이 훨씬더 길었는데.. 그 사람들 모르고 지내온 시간들이 훨씬더 길었는데.
연습하기전엔 잘 웃지도 않았었는데..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혼자서도 잘 살수 있다고
타일러 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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