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끔은

.......

노종현 2011. 5. 14. 00:54

오늘은 모처럼 산책이란걸 다녀왔다.
역시.. 몇년만이다. 보통 이시간엔 술을 마시고 있었으니까.
길도모르면서 굽이진 우장산길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나뭇잎도 하나씩 떨어지며 내 얼굴을 때리고 벌레들이 귀찮게 굴었지만
뭐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다.
복잡한 머리가... 좀 시원해지길 바라며 나섰던 길에
전에 책을 빌렸던 까페에 책을 돌려주고는 영업 끝나기전에 책을 돌려드리러 왔다며
간단히 인사만 하고는 그렇게 길을 나섰다. 10시 반쯤 나선 길이었는데
워낙 천천히 걸었던 탓인지 돌아온 길은 12시 반이 되어버렸다.
11시에 영업 종료를 하는 그 까페는 이시간까지 영업중이었다.
아마 젊은 여사장에게 귀찮게구는 나이많은 아저씨들이 술이라도 마시고
있어서 그러려니 .. 들어가볼까... 라는 생각은 잠시 그냥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난.. 누군가를 귀찮게 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지금도 충분히 문닫을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는 취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테니까.
사실... 매일같이 마시던 술을 이번주엔 안마시고 있다.
12시가 넘어서도 불이켜진 그 까페에서 맥주 한잔 할까라는 생각이
없었던건 아닌데.. 역시 귀찮게 하고싶진 않았다.
저절로 발걸음이 움직여 닿은곳은 맞은편 슈퍼.. 음료수 냉장고 앞에 서있는
내 모습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어 한숨이 나왔다.
한걸음 옮겨 쥬스를 한병 집어들고는
얼른 집으로 왔다.
술마시고 하는말은 외곡되기 마련이니까.
앞으론... 술마시고 싶을때에는 아무도 안만나리라 하는 생각을 해봤다.
기가 찰 노릇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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